750달러짜리 소비자용 위성 안테나만으로 관측 가능한 정지궤도(GEO) 위성 링크의 절반이 아무런 암호화 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샌디에이고 상공을 향해 저가형 위성 안테나를 세워두자, 눈에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 링크의 약 절반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데이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장비 가격은 고작 750달러 수준이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메릴랜드대 연구팀은 3년에 걸쳐 39개 정지궤도 위성의 411개 트랜스폰더를 스캔해 평문 통화, 문자 메시지, 군사 자산 추적 정보, 전력·유틸리티 제어 트래픽을 공중에서 그대로 수집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Don’t Look Up: There Are Sensitive Internal Links in the Clear on GEO Satellites”는 2025년 10월 타이베이에서 열린 ACM 컴퓨터·통신보안 학술대회(CCS)에서 발표됐다.

연구 장비는 의도적으로 평범하게 구성됐다. 고정형 안테나, 방향을 조절하는 모터형 액추에이터, 그리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TV 튜너 카드가 전부였다. 이 지붕 위 안테나 하나만으로 연구팀은 전 세계 Ku 대역 트랜스폰더의 약 14%에서 IP 트래픽을 수신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정지궤도 트랜스폰더 하나가 지구 표면의 최대 40%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학계 연구가 소수의 위성과 특정 사례만 다뤘던 것과 달리, 이번 조사는 25개 궤도 경도에 걸쳐 411개 트랜스폰더를 살펴본 최초의 광범위한 스캔이었다. 신호 품질 저하로 유사한 시도들이 번번이 실패했던 만큼, 연구팀은 위성 사업자마다 제각각인 독자 프로토콜에서 네트워크 패킷을 재구성하는 자체 파서를 직접 개발했다.

연구팀이 살펴본 IP 링크의 절반이 평문이었으며, 그 내용은 결코 사소한 기계 텔레메트리 수준이 아니었다. T-모바일AT&T 멕시코의 셀룰러 백홀 트래픽이 그대로 노출돼 통화 음성, SMS 내용, 가입자 식별정보는 물론 네트워크 다른 구간의 트래픽을 암호화하는 데 쓰이는 암호 키까지 드러났다. 단 9시간의 캡처만으로 약 2,700개의 T-모바일 전화번호와 통화·문자 조각이 기록됐다. 여러 VoIP 사업자는 통화 설정과 음성을 암호화 없이 전송했고, 기내 와이파이 승객 인터넷도 그대로 보였다. 월마트 멕시코의 재고관리 로그인, 기업 이메일, 바노르테그루포 산탄데르 관련 금융 거래 등 내부 기업 시스템도 노출됐다. 정부 부문에서는 미군 함정 통신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오갔고, 멕시코군 자산의 실시간 위치·텔레메트리 정보와 법 집행 기록도 함께 발견됐다. 전력망과 파이프라인의 SCADA 링크, 수리 작업 지시서에 고객 이름·주소·계좌번호까지 뒤섞여 노출되는 등 유틸리티 부문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정보를 얻는 데 암호를 해독할 필요조차 없었다. 애초에 암호화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륙 전역에 이미 뿌려지고 있는 신호를 그저 듣기만 하면 됐다. 원인은 평범했다. 위성 방송에서는 링크 계층 암호화가 수십 년간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같은 위성을 통해 운영되는 IP 백홀 링크는 링크 계층이든 네트워크 계층이든 보호 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암호화는 제한적인 위성 대역폭을 잠식하고, 복호화 하드웨어는 오프그리드 원격 단말의 전력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이며, 일부 사업자는 암호화 기능을 켜는 데 추가 비용을 청구한다. 이런 비용 계산 이면에는 3만 6천 킬로미터 상공의 링크는 사실상 사적인 것이라는 더 단순한 가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논문의 주저자 애런 슐먼(Aaron Schulman)은 KPBS에 사업자들이 “누군가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할 단일 책임 주체도 없어, 연구팀은 민감한 데이터를 발견할 때마다 해당 링크의 소유주를 직접 찾아내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이번 발견은 이 정도 규모의 트래픽 감시에는 국가급 장비와 예산이 필요하다는 위성 보안 업계의 통념을 뒤집는다. 고정 안테나와 TV 튜너만으로도 가능했다. 그 파급력은 과소평가하기 쉽다. 이번 조사는 한 도시에 세워둔 안테나 하나로 전 세계 Ku 대역 트랜스폰더의 약 14%를 수신한 결과일 뿐이며, 다른 지역의 안테나는 또 다른 트래픽을 포착할 수 있고 정지궤도 트랜스폰더 하나의 커버리지는 지구의 거의 40%에 이른다. 연구팀은 정지궤도 위성으로 조사 범위를 한정했고, 수신이 훨씬 까다로운 스타링크 같은 저궤도(LEO) 시스템은 다루지 않았다. 즉 이번 연구 결과는 상한선이 아니라 최소한의 노출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기업·기관들의 대응은 제각각이었다. 연구팀은 2024년 12월 미군에, 2025년 1월 월마트 멕시코에, 2월 AT&T에, 4월에는 멕시코 당국(CERT-MX)에 문제를 통보했다. T-모바일 등 일부는 신속히 암호화를 도입했지만, 일부 미국 핵심 인프라 사업자를 포함한 다른 기관들은 논문이 공개된 시점까지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였다. 해법 자체는 새롭지 않다. 위성 링크를 신뢰할 수 없는 전송 구간으로 간주하고 네트워크 계층에서 암호화하라는 것으로, 이는 이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2022년 VSAT 네트워크 지침이 권고해 온 내용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이 노출이 이미 수년간 존재해 왔고, 적절한 하늘의 궤적을 향해 안테나를 세우기만 하면 누구든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진입 비용마저 이제 몇백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위성 통신에 대한 도청과 정보 가로채기가 더 이상 이론적 위협이 아니라 저비용으로 즉시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군사 자산 추적 정보와 전력망 SCADA 제어 신호가 평문으로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우주 인프라 보안이 발사체나 지상국 방어를 넘어 위성을 오가는 모든 데이터 링크의 암호화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출처: CYSAT News